자연세계에 대한 인간의 의무
1. 서문
철학자들은 윤리학 이론을 환경문제에 적용하면서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하였다. ‘① 인간과 자연 사이의 적절한 윤리적 관계 설정의 문제 ② 이러한 관계를 어떻게 철학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서양의 철학적 전통은 인간과 자연환경 사이의 직접적인 도덕적 관계를 부정한, 인간만이 도덕적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이해한다. 환경과 관련지어 생각할 때도 인간의 결정이 인간에 대해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주요한 관심이었다. 여기서는 급진적인 주장인 공리주의 윤리관에 대한 의무론적 비판을 알아본다.
2. 환경윤리학의 초기 주장 : 화이트 ․ 패스모어 ․ 블랙스톤
① 화이트 - 환경에 관한 사상을 그의 가장 대표적인 글인 “생태학적 위기의 역사적 근원”에서 보면 그는 이 글에서 오늘날 환경위기의 가장 중요한 근원을 ‘가장 인간중심적 ’사상인 유태-기독교적 전통으로부터 발견하고 있다. 신은 인류가 계층에 있어 상위라는 지위를 만들어냈으며, 인간은 신에 의해서 자연을 정복하고 독점하라는 지위를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 대부분의 과학과 기술은 서양의 철학적․종교적 전통에서 제시되어 온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따르고 있으며, 그 결과 이들 사상은 생태학적 위기의 근본원인이 되었다.
② 패스모어 - 그는 표준이 되는 윤리학 이론이 환경에 관한 새로운 권리를 명확하게 해줄 수 있는 원천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저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책임’에서 철학적․종교적 전통은 환경문제에 대해서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시도를 한다. 로크의 영향을 받은 그는 우선 이성적이지 못하고 위험스러운 것들을 서양사상의 전통으로부터 제거하기 시작하였다. 이 작업에서는 ‘서양적 전통’․‘신비주의’․‘자연에 대한 종교적 견해’․‘동물의 권리’ 등이 포함되었다. 그는 지배적인 서양적 전통이 자연에 대해서 도덕적 배려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인정하였다. 그는 서양, 기독교 또는 공리주의전통이 가르치는 도덕은 인간이 언제나 자신의 이웃들에 대해서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하며, 이 점에서 어느 정도 우리의 전통적인 도덕성은 그 어떤 것을 새롭게 추가하지 않고서도 생태학적인 관심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하다는‘인간중심적 전통을 경계하면서 합리적 전통을 활용하자’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생태학적인 재앙의 일차적인 원인이 ‘탐욕과 근시안적인 것’에 있기 때문에 ‘그 이전의 오래된 방법과 절차, 그리고 사려 깊은 행동’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는 소비사회의 물질 중심적 탐욕을 비판하면서 세계에 대해 ‘감성적’ 태도를 요청한다. 그는 또 감성(sensuousness)의 부정, 즉 환경이 지니는 미학적 가치에 대한 부정이 환경파괴를 더욱 용이하게 해왔다고 비판하며 “우리가 세계를 감성적으로 볼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세계에 대해서 배려(care)하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③ 블랙스톤 - 블랙스톤은 패스모어가 주장한 윤리이론을 확장시킨 사람이다. 그는 우리가 단순히 욕구하는 것들과 우리의 권리들을 비교함으로써 인간의 새로운 권리를 인정할 것을 주장한다. 그것은 ‘살기 좋은 환경에 대한 권리’이다. 그의 주장은 인간의 권리를 전통적인 의무론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칸트주의와 비슷하다. 이러한 주장을 환경문제에 대해서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블랙스톤은 “인간은 그가 인간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리고 인간으로서 살아가도록 생명을 가진 본질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권리를 가진다. 즉 인간이 권리를 가지는 이유는 이성적 그리고 자유로운 존재로서 그 능력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도록 하기 위해서이다”라고 긍정적인 주장을 한다. 그는 “변화하는 환경상황들은 우리에게 전통적인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자유와 권리는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해석될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블랙스톤의 주장을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해보면 ⓐ ‘좋은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새로운 권리’가 환경에 대해서는 오히려 해로운 것이라는 점 ⓑ ‘새로운 권리’는 우리에게 소극적 의무를 수반할 뿐, 적극적인 도덕적 의무를 수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비록 블랙스톤이 표준이 되는 윤리학의 확장을 시도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결국 전적으로 인간의 권리 또는 인간의 복지에 관련된 것이었지, 자연의 권리와 복지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
환경문제는 윤리학의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3. 자연의 도덕적 지위 또는 도덕적 고려 가능성
현재 세대의 ‘새로운 권리’가 더욱 확장되어 ‘미래 세대의 권리’의 문제로 옮겨 가는 것은 인간중심주의의 지속적인 확장으로 ‘오염시키지 말라’고 하는 것은 현재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 때문이지, 결코 환경 그 자체에 대한 의무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에 대해서도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 동물․식물․종․산․야생지역․지구 그 자체) 이러한 생각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존재하고 있다. ‘① 도덕적 지위의 확장은 동물과 다른 자연 대상을 포함한다. ② 이와 같은 입장은 매우 이상할 뿐만 아니라 전통윤리학으로서도 환경문제를 충분히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이 있다.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의무는 상이한 주장들이 있으므로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여기서는 자연환경의 권리라는 용어보다는 ‘도덕적 지위’ 또는 ‘도덕적 고려 가능성’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한다.
4. 도덕적 지위와 관련된 주장들 : 자연법․칸트주의․데카르트, 그리고 벤담
① 자연법적 전통 -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자원의 소유를 주장한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물은 동물을 위하여 존재한다. 만약에 우리가 믿고 있는 것처럼 자연이 어떤 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또 어떤 목적도 추구하지 않는다면 자연은 특히 인간을 위하여 모든 것을 만들어 내게 된다는 것이다.” ⓑ 토마스 아퀴나스는 ‘인간은 그것들을 어떤 다른 방법으로 이용하거나 죽이는 것과 같은 부정의한 것이 아니라면 이용할 수 있다’라는 목적론적 입장을 펼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퀴나스는 단지 인간은 사고와 선택을 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 지위를 가진다고 믿고 있다.
② 칸트주의 - 이 견해는 오로지 자율적인 존재, 자유롭고 이성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존재만이 도덕적 지위를 갖는다고 보았다.
③ 데카르트 - ‘식물과 동물은 생명은 있지만 그것들은 기계 또는 ‘의식이 없는 짐승’, 즉 의식이 없는 물리적 사물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며 의식은 도덕적 지위의 기준이 된다고 보았다.
④ 벤담 - 도덕적 배려에 있어서 동물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벤담이 도덕적 배려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즐거움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과 감각이다. 모든 고등의 ‘포유동물’은 실질적으로 지적 능력과 함께 이 감각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5. 파인버그의 도덕적 지위와 권리 또는 이해관계
‘동물의 권리와 미래 세대’라는 책에서 전개된 주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① 권리를 선에 관한 주장을 포함하는 일반적인 이해와 함께 시작한다. “우리가 친숙해 있는 권리문제의 경우, 요구자는 경쟁관계에 있는 성인들이다. 바위가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바위가 도덕적으로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하급의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권리가 의미 있게 예측될 수 없는 실재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불합리하다 볼 수 있다. ② 그는 사람들이 동물을 가혹하게 다루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우리가 동물에 대해서 의무를 가지는 명백한 이유는 동물이 우리 행동에 의해서 증진되거나 해를 입힐 수 있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해관계는 권리로 확장해 나갈 수 있으며 권리에 의해서 보호될 수 있는 것은 안전 또는 좋음과 같은 것이다. ③ 파인버그는 도덕적 지위의 문제를 권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떤 것에 대해서 ‘좋음’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이해관계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해관계는 그의 관점에 따른다면 다음과 같다. ⓐ 능동적인 의욕을 가진 삶의 경우 ⓑ 원하는 것을 의식하는 경우 ⓒ 욕구하고 희망하는 경우 ⓓ 강조하거나 자극하는 경우 ⓔ 무의식적인 충동/목적/목표 ⓕ 최근의 경향/성장방향 ⓖ 자연적인 이행. 파인버그는 이러한 기준들을 다양한 환경문제에 적용한다. 최소한 한층 더 ‘고등동물들’의 경우에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식물 같은 하위계층에 속하는 것들이 이해관계를 소유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인식능력’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무는 적절한 ‘인식능력’을 지니고 있는 개별적인 존재에게만 한정된다고 보았다.
파인버그의 견해는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도덕적 배려 가능성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도록 철학자들에게 용기를 준다.
6. 자연의 도덕적 지위 : 스톤의 입장.
스톤에 의해서 제안된 도덕적 확장주의는 전체로서의 자연에 대한 합법적인 확장에 관한 것이다. 그의 분석은 자연의 합법적인 권리를 검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권리는 피해 받을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며, 이 권리의 영역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왔다. 스톤은 후견인, 보호인, 또는 수탁자인 인간이 자연 대상의 이해관계를 대신하여 표현할 수 있도록 임명받았다고 생각한다. 스톤은 우리가 최소한 자연 대상에 대해서 피해를 줄 수 있고 자연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 스톤은 또 피해를 입은 자연환경에 대해서도 합법적인 ‘구제’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톤의 제안은 다음 두 가지의 기준설정문제 ① 어떤 상태가 이해관계에 가장 최선의 것인가? ② 후견인을 결정해야 한다면 그것은 어떤 사람들이어야 하는가? 에 대한 문제점이 있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으며, 이것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연의 이해관계가 명확하게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스톤은 본질적으로 자연 대상에 대한 합법적인 지위를 확장하는 데 합의한 사회를 신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공적으로 이미 자연대상의 가치와 본질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진 후에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7. 요약 및 결론
이 장에서는 비(非)인간적인 존재에 대한 윤리적인 배려를 확장하고자 시도했던 초기의 관점을 살펴보았다. 이 관점은 주류 윤리학의 접근에 많은 도전을 하였으나 완전히 개발된 윤리원리를 제안한 것이 아니라서 더욱 많은 문제들을 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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