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권리와 인간의 의무

 

 

 

1. 서문

우리는 인간이 오락이나 쾌락, 화장품이나 새로운 화학물질의 개발, 그리고 식도락을 위하여 동물을 학대하고 죽이는 일이 옳지 않다는 것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검토할 수 있다. ① 우리가 동물에 대해서 인간중심적 입장을 갖는다면 우리는 동물학대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무감각할 것이다. ② 반면에 우리가 동물에 대해서 관심을 나타낸다면 우리가 동물에 대해서 학대하는 행위는 억제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동물 그 자체를 위하여 도덕적인 배려를 해야 할 직접적인 의무를 가지는 것일까? 동물도 도덕적 지위를 가질까? 이 문제는 환경윤리에서 다루고 있는 일차적인 윤리적 쟁점들 중 하나이다.

 

2. 싱어와 동물해방 운동 : ‘이해관계’와 ‘감각’

피어 싱어(Peter Singer)는 윤리학의 대상을 동물에게까지 확장시킨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의 입장은 우리가 인종이나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등한 도덕적 지위를 부정하는 것이 옳지 않듯이, 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등한 도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 또한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것이다. 이를 ‘종차별주의’(speciesism)이라 한다.

그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도덕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모든 존재는 도덕적 고찰에서 동등한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 기준 또는 조건을 “문제는 그것들이 추론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가지고 있지 않은가가 아니라,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있다”라고 주장한 벤담(Bentham)으로부터 찾는다. 벤담은 이를 “이해관계를 갖기 위한 필요조건은 고통과 쾌락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이해관계의 조건이 충족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주장을 할 수 있게 된다.”라고 보았다.

싱어는 파인버그나 스톤처럼 도덕적 지위를 설명하기 위하여 ‘이해관계’의 개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이들과 달리 동물에게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근거로 삼기 위해서 이해관계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싱어는 쾌락을 경험하고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언급하기 위하여 ‘감각’(sentienc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 감각을 이해관계를 갖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이해하며 감각을 지닌 존재만이 이해관계를 가지므로 그런 존재에게만 도덕적 지위를 가진다고 본다. 여기서 감각을 가지고 있는 모든 동물이 도덕적으로 동등한 존재라고 한다면 인간은 이들과 동등한 존재일까? 라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에 대해 싱어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구별되며 인간은 동물과 다른 이해관계가 존재한다고 본다.

싱어는 종들 간에 고통의 정도를 비교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단순히 인간의 편의를 위하여 동물을 극도로 고통스럽게 하는 경우에 대해서 우리는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싱어는 일관되게 벤담의 입장을 승계하고 있으며 동물에 대한 우리의 윤리적 의무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3. 레간의 동물의 권리 : ‘도덕행위자’와 ‘도덕적 수동자’

레간(T. Regan)은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권리 개념에 두고 있다. 레간은 일부 동물들이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이들 동물에 대해서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인간이 동물에게 하는 행동들은 일부 동물이 본래적인 윤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함으로써 동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근본적으로 나쁜 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동물들을 잡아먹고, 실험용으로 쓰고, 상품화하고, 오락도구로 즐기는 자원으로 보게 만드는 체제”라고 주장한다.

동물이 본래적인 윤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예를 들어 살펴보자면 스위프트(J. Swift)의 ‘품위 있는 제의’(Modest Proposal)를 받아들여 어린 아이를 식용으로 이용하기로 했다고 가정할 때 아무리 이 과정에서 고통과 쾌락이 균형을 이룬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이 행위가 도덕적으로 사악하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어떤 대상이 본래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목적 또는 목표를 가진다는 것이며, 단순히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레간의 이러한 관점은 칸트의 윤리사상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지만 본래적 가치의 근거를 칸트처럼 ‘자율적 행위능력’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의 이러한 입장을 도덕행위자와 도덕적 수동자로 구별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도덕행위자

도덕적 수동자

분류

성인

어린이, 박약자, 혼수상태의 인간

이유

자유롭고, 이성적이며, 자신의 의무를 알고 있고, 이에 기초하여 해야 할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알고 있기 때문에 책임을 부과할 수 있으므로.

이해와 선택능력이 부적하여 도덕적 의무를 물을 수 없고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묻기도 어렵기 때문.

지금까지 도덕적 지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것은 주로 도덕행위자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했지만 이와 같이 이해할 경우 도덕적 수동자도 도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래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삶의 주체이다. 단순히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영위하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레간은 정의는 우리에게 본래적 가치를 존중하듯이 본래적 가치를 지닌 모든 존재를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하는 평등주의 정의론에 기초한 ‘존중의 원칙’을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레간은 동물의 삶이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포유동물들은 ‘삶을 영위하는’(having a life)데 필요한 여러 가지 특성이 있어서 이들 동물은 본래적 가치를 가지고 있고, 정의는 우리에게 이들을 존중할 것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즉 이것은 최소한 우리가 이들 동물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명백한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싱어와 레간 : 동물 복지의 윤리적 의미

싱어와 레간의 동물에 관한 견해가 윤리적으로 어떤 점을 함축하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① 우리에게 기업적인 동물농장을 해체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인간을 잡아먹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듯이 동물을 잡아먹는 것 또한 만족스럽게 지지될 수 없다.

② 사냥과 낚시도 정당하지 못하다. 스포츠와 오락을 위해서 동물을 죽이고 학대하는 일은 잔인할 뿐만 아니라 극히 정의롭지 못하다. 인간의 쾌락을 위해서 동물을 학대하는 일은 그릇된 것이다.

③ 과학과 실험을 하는 데 동물을 이용한 것 또한 그릇된 것이다. 동의하지 않은 피험자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야만적이다. 그러한 행위는 jsqja과 마찬가지로 가장 그릇된 것이며 처벌받아야 한다.

④ 싱어와 레간은 파인버그와 마찬가지로 종들에 대해서까지 도덕적 지위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레간의 입장은 동물을 해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이다. 싱어의 입장은 개별 동물이 고통을 느낄 수는 있지만 종 그 자체는 그렇지 않다.라는 것이다.

 

5. 싱어와 레간의 개체론, 인간중심주의 비판

동물의 해방과 권리에 대한 비판을 살펴보자.

① 싱어와 레간의 주장은 공리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이것은 측정(measurement)의 문제를 제기한다. 인간은 여느 동물과 다르며, 동등한 고려가 동등한 대우를 의미하지는 않는 이해관계와 고통이란 정도의 문제이다. 모든 이해관계가 동등하게 다루어질 만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자면, 우선적인 것과 부차적인 것을 구별하는 어떤 사상가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하고 서로 충돌하는 여러 가지 이익들 중 어느 것이 기본적인 것이고 어느 것이 부차적인 것인지를 어떻게 구별해낼 수 있을까? 이 문제들은 개별 동물의 이해관계를 도덕적으로 진지하게 다루고자 하는 모든 관점들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인데 결국 ‘인간과 동물간의 적절한 관계는 어떻게 설정될 수 있을까?’의 문제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열려 있다.

② 레간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도덕적 경계의 대상을 너무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삶의 주체’의 기준인 ‘한 살 이상이 된 정신적으로 정상인 포유동물’로 제한하는 바로 이 점이 생태학적 공동체의 중요한 구성원들을 간과하게 된다고 환경보호론자들은 비판한다.

③ 생태학의 발전은 레간에게 다른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 하고 있다. 그의 개체론적 관점에서 이 견해는 생태학의 발전과 전개된 생태학적 사상인 ‘전체론’(holism)과는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 전체론에서 이들은 개체보다는 ‘생물공동체’또는 ‘생태체계’를 강조한다. 이에 대해서 레간은 이와 같은 사상은 오히려 ‘환경 파시즘’을 낳는다고 역으로 비판한다.

④ 싱어와 레간은 야생동물에 대해서 자유방임적 접근을 권장한다. 싱어는 ‘인간이 다른 동물을 불필요하게 죽이거나 그들에게 잔인하게 구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레간은 인간이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 그 공동체가 보존된다고 본다.

그러나 인간이 환경에 대해서 불간섭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자연상태’란 지구상에서 인간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곳이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따라서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자연상태’에 대해서 인간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영향을 미쳐야 하는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 또한 생태학적 공동체의 일부이다. 이 공동체는 상호 의존성을 지니고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환경주의자들은 자연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환경윤리의 목표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특정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면 생태학적 공동체가 보존된다는 주장은 아무 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싱어와 레간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은 이렇게 그들이 견지하고 있는 개체론에 모아지고 있다. 중요한 또 다른 비판은 그들이 동물에게까지 도덕적 지위를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입장은 여전히 인간중심적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전체론적 환경윤리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제기

‘인간이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어떨까?’

 

파인버그

싱어

레간

기준

이해 관계의 여부

고통을 느끼는 능력

삶의 주체

나쉬(R. Nash)는 이것을 백인이 흑인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백인이 유색인종을 대하는 태도와 유사하다고 꼬집는다.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많은 비판자들은 동물의 권리와 복지운동이 건전한 환경운동에 대한 적절한 접근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6. 요약 및 결론

환경윤리는 동물에 대해서 단순히 관심을 갖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 전체론적으로 진정으로 비인간중심적인 윤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을 완전히 깨뜨릴 필요가 있다.

싱어는 그의 저서 ‘동물 해방’의 끝에서 “철학은 당대의 기본 가정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즉 우리 대부분이 당연시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이고 사려 깊게 심사숙고하는 것이 주된 과제다”라고 하였지만 싱어, 레간, 파인버그가 이 과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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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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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류현정 2010/02/05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동물복지와 인간의 도덕적 행위자로서의 의무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