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의 생물 중심 윤리학

 

 

 

1. 서문

생물 중심 윤리학은 단순한 윤리학적 확장보다는 더욱 극적이고 급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철학적 성찰은 환경문제의 처방에 있어 전통적인 윤리이론이 한계를 보이고, 또 이것의 확장인 윤리학적 확장주의 또한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출발한 것이다.

윤리학적 확장주의의 한계는 ① 개념과 원리가 근본적으로 인간중심적이라는 점 (문제: 계층적 위계질서를 전제) ② 철저하게 개체론 적이라는 점 (문제: 생태학은 모든 것들을 전체로서 이해하여야 함) ③ 환경윤리학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으며 수용할 의도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번 주제가 시도하는 것은 체계적인 환경윤리학을 탐구하는 것이다. 급진적인 경향은 윤리학이라기보다는 환경철학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 이유는 형이상학/인식론/정치철학적 주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새로운 성찰이기 때문이다.

 

2. 환경에 관한 철학적 성찰의 필요성

우리가 지구 역사에서 그 선례가 없는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다.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은 인간의 행동으로 인해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성적인 인간이라면 이러한 근심과 재난에 대해서 반성적 사고를 할 것이다. 그러나 환경철학의 목표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러한 잘못에 대해 소박하게 대응하는 전략을 넘어서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가?

 

3. 가치의 유형 : 도구적/내재적, 그리고 고유한 가치

우리가 환경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서 우리는 환경으로부터 정신적/미학적 또는 문화적 가치를 제공 받을 수 있다. 가치의 유형을 도구적 가치/내재적 가치/고유한 가치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도구적 가치(instrumental value)의 기준은 유용성이다. 그것은 다른 무엇을 얻기 위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다. 도구적 가치는 그 대상이 더 이상의 가치를 상실할 때, 또는 그것이 더욱 큰 어떤 유용성에 의해서 대체될 때 그것은 무시되고 폐기될 수 있는 것이다.

②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는 어떤 대상을 그 자체로서 가치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어떤 것들은 그것들 속에 체계적/미학적 또는 문화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것들이 상징하고 있는 것에 따라서, 그리고 이러한 것들의 존재 근거에 따라서 그것이 가치 있다고 한다.

도구적 가치와 내재적 가치는 그것을 평가하는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모든 가치가 그것을 평가하는 사람에게 의존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대상에 대해서 매우 다양한 다른 근거를 가지고 평가한다.

환경에 관한 우리의 관심은 우리가 자연 속에서 인식하고 있는 내재적 가치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에서 내재적 가치를 잃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행위에 의해서 자연의 가치가 훼손되었을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내재적 가치에 대한 호소는 회의주의와 마주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가치를 단순히 주관적이고 개인적 의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평가와 측정의 어려움 때문에 도구적 가치는 내재적 가치에 대해서 너무나 자주 부전승을 거둔다. 이러한 문제는 환경윤리학에서 나타나는데 이는 환경의 도구적 가치에 반대되는 내재적 가치의 근거를 어떻게 마련하느냐의 문제이다. 사고프에 의하면 문화적/미학적/역사적/윤리적 가치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want)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존재(are)인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③ 고유한 가치(inherent worth)란 인간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 가치를 의미한다. 이것은 어떤 대상이 그것 자체로서 선하거나 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가치는 어떤 누가 그것에 대해서 가치 있다고 평가하는 것과는 독립된 것이다.

윤리학적 전통 - 인간은 자신이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기독교적 전통 - 인간을 인간이 그 가치를 평가한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

그러나 고유한 가치를 이렇게 주장한다면 인간 이외의 존재는 고유한 가치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인가?

예를 들면 자연 대상들, 또는 생태학적인 체계가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것이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의 근거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고유한 가치의 추론으로부터 뒤따르는 실천적 함축은 무엇인가?

 

4. 슈바이처의 생명에 대한 외경(畏敬)

‘생물 중심 윤리학(biocentric ethics)'이란 모든 생명이 고유한 가치를 가진다는 이론이다. 생명 중심 윤리학의 전형은 슈바이처(A. Schweitzer)의 ’생명에 대한 외경‘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concern)과 보호(care)는 그의 일생의 원리였다. 그의 이러한 사상은 오늘날 갈등으로 점철되어 있는 세계에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산업사회는 자연을 하나의 기계로서 이해한다. 이러한 사고 속에서 자연은 그 자체의 어떤 고유한 가치나 선도 가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자연을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법칙의 지배를 받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현대의 세계관 속에서 인간과 자연은 분리되고 이탈되어 왔다.

슈바이처의 윤리사상은 인간의 윤리학과 자연 사이의 유대를 다시 확립하는 것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선, 즉 고유한 가치를 그는 인정하였다. 그는 ‘생명에 대한 외경’이 거의 초자연적인 영감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생명에 대한 외경’은 원래 독일어 표현으로 Ehrfurcht vor dem Leben이다. Ehrfurcht는 경외와 경탄의 태도를 포함한다. 이것은 슈바이처가 어떤 마음속으로부터 이끌려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슈바이처는 인간 의식의 가장 근본적인 측면은 “자신이 살려는 의지를 가진 생명이며, 이것은 생명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슈바이처는 모든 생명은 고유한 가치를 가지는데, 그 이유는 그것들이 우리에게 외경과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가치중립적인 것도 가치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아니며, 생명은 그것 자체로 선하고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영감을 자아낸다고 하였다.

슈바이처의 생명에 대한 외경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어떤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규칙이 아니라, 그것은 결정하는 사람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행위규칙이 아니라 우리의 성격적 특성 또는 도덕적인 덕이라고 할 수 있다.

 

5. 윤리학의 변화 : 규칙에서 성격으로

전통적인 윤리이론이 지지하는 윤리학의 근본 문제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윤리학이 목표로 삼는 것은 우리의 행위를 이끌어갈 수 있는 원칙 또는 규칙을 이끌어내고 지지하는 것이다.

윤리학에서의 이러한 접근이 생명에 대한 외경과는 서로 충돌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생명에 대한 외경을 행위의 규칙으로서 다룬다면,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직관의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슈바이처가 문제 삼고 있는 “인간은 어떤 유형의 행동을 해야 하는가?”는 도덕적으로 선한 사람을 묘사하기 위한 인간의 행동과 관계된 용어라기보다는 인간의 특성과 성격에 관련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윤리학에서도 발견된다.

윤리학이 규칙에서 성격으로 변화하는 것은 우리에게 철학적 관심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것은 행위의 규칙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며, 도덕적 성품과 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성’, 다시 말해 자아란 당신이 지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기질/태도/가치/신념을 말한다. 따라서 환경철학에서 자연에 대한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곧 당신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6. 타일러의 생물 중심 윤리학

타일러(P. Tayler)의 자연에 대한 존경(Respect for Nature)은 생물 중심 윤리학을 가장 충실히 철학적으로 체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윤리학의 중심 신조는 어떤 행동이 궁극적인 도덕적 태도를 구체적으로 나타내고 있을 경우 옳으며, 그 품성은 선하다. 이것을 나는 자연에 대한 존경이라고 한다.”

타일러는 모든 생물은 ‘생명의 목적론적 중심(teleological-centers-of-life)에 있기 때문에 그 자신 속에 선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재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배려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도덕행위자는 그것에 대해서 의무를 가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환경에 대해서 도덕적으로 책임 있는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 요구된다.

타일러는 또 참된 선과 외형적인 선, 그리고 객관적인 가치와 주관적인 가치를 전통적인 철학적 입장에서 구분한다.

실재(entities)하는 것은 객관적인 선을 가지는가? 우리가 어떠한 대상의 이해관계나 기호에 대해서 말하라고 한다면 우리는 주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유기체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면 할수록 우리는 그것들의 이해관계에 대해서 건전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로써 선의 의미는 명확해질 수 있다. 즉 타일러의 대답은 ‘생명의 목적론적 중심’에 있다.

이와 같은 선은 그것이 어떤 누군가의 신념이나 의견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객관적이다. 우리는 이것을 모든 생물에 대해서 적용할 수 있다. 비록 식물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의식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모든 생물은 그 존재가 하나의 목적이며 생명중심적이기 때문에 선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법적 윤리학 또는 목적론적 윤리학과 상호 모순되지 않는다. 타일러에 의하면, 고유한 본질은 그 종에 의해서 수행되는 생태학적으로 더욱 적합한 지위(niche) 또는 충만한 기능 수행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생물은 이러한 목적(telos)에 맞는 활동의 중심에 있으며, 이것은 ‘생명의 목적론적 중심’이다.

타일러는 어떤 존재가 그 자체의 선을 가진다는 기술적인(descriptive)설명으로부터 우리가 그 존재들에 대해서 윤리적 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규범적인(normative) 주장으로 조심스럽게 옮겨 가고 있다.

모든 생물에게 ‘고유한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두 가지 규범적 판단을 위임한다.

① 고유한 가치를 가지는 것은 도덕적으로 배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② 모든 도덕행위자는 실재 그 자체의 선을 존경할 의미를 가진다는 것

자연을 중심에 올려놓는 생물중심적 견해에는 네 가지 주요한 신념이 존재한다.

① 인류를 다른 생물들처럼 지구라는 생물공동체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이해한다는 것

② 인류를 포함하는 모든 종은 상호 의존성의 체계를 이루는 부분이라는 것

③ 모든 생물은 그들 자신의 방식(목적론적/생명중심적)으로 자신의 선을 추구한다는 것

④ 인류는 본질적으로 다른 생물에 비해서 우월하지 않다는 것

생물이 고유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자연에 대한 존경’의 태도를 채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를 채택함으로써 우리는 생물의 선을 증진하고 보호할 수 있는 경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 이다.

이 같은 타일러의 ‘고유한 가치’와 생물이 그 자체의 선을 가진다는 주장은 이후 많은 철학적 논쟁의 씨앗이 되었다.

 

7. 자연에 대한 존경의 네 가지 원리와 갈등의 해결

타일러의 자연에 대한 존경은 네 가지 일반적인 의무를 가리킨다.

①해롭게 하지 않음의 의무

(nonmaleficence)

우리가 다른 어떤 유기체에 대해서 해로움을 주지 않을 것을 요구.

②불간섭의 의무

(noninterference)

소극적인 의무를 확립하는 것

자연생태계를 ‘관리’하며 조작하거나 통제하며 개조, 간섭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 것을 요구.

③충실함의 의무

(fidelity)

특히 야생의 자연상태에 있는 동물에 해당하는 의무.

④보상적 정의의 의무

(restitutive justice)

살아있는 유기체에 해로움을 준 인간이 이들 유기체의 상태를 보상하도록 하는 의무.

이 네 가지 의무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면 자연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해롭게 하지 않음의 의무이다. 그리고 우리의 주의 깊은 관심은 나머지 규칙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충돌을 최소화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갈등이 불가피할 때 보상적 정의는 충실이나 간섭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생물 중심 윤리학이 부딪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류의 이해관계와 비인류의 이해관계가 불가피하게 충돌할 때 일어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인류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도덕적 가치를 존경하며 호의를 베푸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이들에 대해서 자율적으로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타일러가 주장한 다섯 가지 규칙은 다음과 같다.

① 자기 방어

(self-defence)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때 최후수단으로서 주장

② 균형

(proportionality)

인간의 기본적이지 않은 이해관게와 비인류의 기본적인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적용, 즉 양립하는 것을 말함

③ 최소한의 잘못

(minimum wrong)

규칙은 인류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는 상황에 맞추게 됨

④ 분배적 정의

(distributive justice)

인류와 비인류의 이해관계 사이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상황에 맞춤

⑤ 보상적 정의

(restitutive justice)

최소한의 잘못의 원칙과 분배적 정의의 원칙에 따라 확립된 상황을 충족시켜 주는 데 실패한 갈등상황을 해결하고자 할 때 요구

 

8. 요약 및 결론

타일러의 자연에 대한 존경 또는 생물 중심 윤리학은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① 불간섭의 규칙은 인간이 자연에 대해서 어느 정도 국외자 또는 자연과 구별된다는 것을 함축한다.

② 개별 유기체에 대한 강조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그의 윤리학의 문제는 바로 이 개체주의로부터 뒤따른다.

③ 개체들 사이의 적대적(adversarial) 관계를 가정하고 있는 경향이 있어서 각 개체들의 목적(telos)을 중요시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철학자들은 전체론적인(holistic)철학을 제안한다. 이 철학은 개체들 사이의 갈등보다는 더욱 개체들 사이의 상호 의존성과 협력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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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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